본문 바로가기
Dream/파이널판타지14

[FFXIV/글]엘리네드 라파예트가 어린 딸에게 보내는 편지

by P1Ram2 2025. 3. 7.

부제: 츤데레 엄마와 짱구같은 빛전딸래미




빅투아르.
한동안 엄마가 바빠서 너를 챙기지 못할 것 같구나. 할아버지에게 말씀 드려놨으니 불꽃축제까지 동부삼림에서 지내고 있으렴. 할머니한테 폐 끼치지 말고, 실프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엄마가.


빅투아르에게.
할아버지 댁에서 잘 지내고 있니? 그리다니아는 요즘 샬레이안에서 온 사람들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혹여 순찰대원들이 떠드는 소리에 선동되지 않기를 바라마.
항상 말하지만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머리가 장식이 아니라면 눈이 멀어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겠지만, 너는 아직 어린 데다가 특히 네 체질이 타인에게 휘말리기 쉬운 편이니 미리 경계하는 게 훗날 네게 도움이 될 거다.
잔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그리다니아 얘기로 돌아오자면, 분위기만 그럴 뿐이지 네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단다.
혹시 동부삼림으로 가기 전에 라야 오 님과 다투었니? 그 분과 마주칠 때마다 너를 찾는데 부재중이라 전할 때마다 무척 화를 내시더구나. 아무리 친해도 섭섭한 건 오래가는 법이니 편지라도 하렴.

추신. 동부삼림 순찰대원들 사이에서 야간 순찰 때 귀신을 보았다는 소문이 돌더구나. 확실히 알아보지도 않고 의심하고 싶지 않으니 적당히 놀도록 하거라.

―엄마가.


빅투아르.
너에게 식물을 다루는 재주가 있는지는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에 스미 님이 아니라 푸푸차 님에게 너를 맡겼을 텐데. 물론 넌 어디서든 가만히 있질 않았겠지만.
생일 선물 고맙구나. 요즘 숲 밖에서 온 자들이 설치는 탓에 일이 바빠 미처 널 보살피지 못했어. 이번 주말에는 함께 저녁을 먹도록 하자.

―엄마가


얘야.
너도 지내는 곳이 곳인 만큼 요 근래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것은 잘 알 거다.
동부삼림은 기라바니아와 가까운 만큼 제국의 습격이 잦은 곳이야. 네 조부모님이 걱정된들 할 수 있는 게 있니? 두 분은 네가 평생 살아온 시간의 몇 배나 되는 세월 동안 살아남았단다. 그들을 걱정할 시간에 네가 생각을 고쳐먹고 안위를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지.
만약 그분들에게 너를 지키는 수고를 더하고 싶다면 나는 아무 말 않겠다. 내 딸이라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줄 알겠지.
꽃꿀나루터에는 미리 얘기를 해두었다. 짐정리를 마치는 대로 배를 타고 오도록 하렴. 누누이 말하지만 실프족과는 어울리지 말고.

―엄마가


빅투아르.
'실프족이 보기엔 우리가 야만족'이라는 문장을 대체 어디서 배워온 것인지 참 궁금하구나. 네게 글을 알려준 사람이 대체 누구지? 나는 그런 식으로 단어를 무식하게 조합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
위대한 정령 앞에선 누구나가 미물에 불과해. 실프족이든, 모그리족이든, 이크살족이든 엘레젠족이든 누구든 그들의 눈에 우리는 그저 숲을 어지럽히는 한낱 에테르 덩어리일 뿐이야.
내가 너에게 실프족과 어울리지 말라고 한 이유는 그들이 야만신을 믿는 야만족 무리들이라 그런 게 아니야. 네가 그 빌어먹을 기살의 야채뭉치들과 어울리는 바람에 쌍사당에서 허구한 날 네 처분을 위해 안 그래도 바쁜 네 엄마를 수고롭게 만드니까 화딱지가 나서 그렇지.
애먼 데서 이상한 이야기 주워듣고 휘둘리지 말거라. 네가 직접 경험하고, 고민해서 생각해 낸 결과를 토대로 현명히 행동해.

―엄마가


아가, 당분간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도록 해. 심심해도 참아. 괜히 나가서 다치지 말고.


토리.
어차피 네가 엄마 말을 들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네가 자세한 설명도 안 하고 집에 가둔다고 가둬질 애였니? 너는 내 업무태만이었을 뿐이지 네가 잘못한 건 없어.
할머니의 일은 뭐라 할 말이 없구나. 하지만 네 잘못은 아니야. 빅토리아도 절대 네 탓을 하지 않을 거야. 정 미안하다면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옆에서 자리를 지켜줘.
할아버지는 어떠시니? 강건해 보이셔도 마음이 약하신 분이라 위로가 많이 필요할 거야. 카르테노의 일이 마무리가 되면 데리러 갈 테니 당분간은 할아버지 곁에 있어주렴.

―항상 사랑하는 엄마가.

 



빅투아르 라파예트.
어떻게 라야 오 님과 모그리들까지 매수했는지 모르겠다만 좋은 말 할 때 귀가하도록 해.

―엄마가


빅투아르.
파파리모가 그런 말을 했어? 답지 않게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구나.
난 네가 4살 때 할아버지 댁에 가겠다고 나루터에서 알짱거리다 강에 빠져서 실려온 때가 아직도 어제 같다. 그런데도 넌 겁도 없이 기어코 다음날 혼자 배를 탔고, 알려준 적도 없는 초코보를 훔쳐 타기까지 했지.
너를 가둔다고 갇혀살 애가 아니라는 건 내가 네 엄마니까 잘 알아. 너는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답을 찾을 때까지 굽히지 않는 아이잖니. 정말 누굴 닮은 건지.
그렇기 때문에 네가 어딜 가더라도 잘 지내리라 생각하면서도, 생각처럼 마음이 따라가지는 않는구나. 그래, 엄마가 딸을 걱정하는 거야 당연하고, 엄마 손을 떠나서도 잘 지내면 그건 그것대로 섭섭한 법이지.
그나저나 혹시 할머니가 죽은 이유가 네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지? 네가 무엇 때문에 그리다니아를 벗어나 울다하까지 갔는지 생각해 봤는데, 그것밖에 떠오르지가 않는구나.

―엄마가


빅투아르.
네가 간밤에 실프 임시 거주지에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벽과 노라크시아에 대한 일은 유감이구나.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렴.

―걱정을 담아 엄마가.


빅투아르.
못 본 사이 많이 성장했더구나. 파파리모에게 미안한 소리지만 그가 전해준 네 이야기를 믿기는 어려웠어. 워낙 네가 천방지축으로 구니까 에 스미님도 결국 손을 놓았잖니.
네가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할머니가 너에게 여간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혹시 네가 마법을 시전한 직후에 종종 턱을 쓰는 버릇이 있는 걸 아니? 네 할머니도 그러하셨다는 것도?
네 할머니 빅토리아는 너보다 어린 시절 이미 전쟁터에 있었다. 그녀의 마법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의를 잃었다고 해. 한 치 앞을 헤아릴 수 없는 진창에서 압도적으로 쏟아지는 마법을 감당할 자는 아무도 없었거든. 그 본인마저도 말년엔 후유증을 앓았다.
너는 어떠니? 주술사들은 종종 생각이 별바다가 있을 깊은 땅속까지 가라앉을 때가 있어서 종종 머리통을 환기시켜 줘야 돼. 네 비밀결사대 친구들이 그런 문제에선 좋은 말동무가 되어줄 것 같구나.

―엄마가

추신. 울다하에는 카느 에 님이 그리다니아 대표로 참석하실 예정이야. 엄마는 바빠서 이렇게 편지로나마 축하를 전하마


빅투아르
어쩌면 지금의 너에겐 재미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옛날이야기를 하나 해줄까 해. 너희 아빠에 대한 이야기야.
너도 알고 있겠지만 그 작자는 그리다니아 출신이 아니야. 애초에 그리다니아 소속인 적도 없어서 네가 그렇게 인명기록부를 뒤지고 다녔음에도 이름 하나 나오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지.
그는 알라미고가 제국에 점령당하기 전, 고국에서 추방당해 이 검은장막 숲으로 왔어. 추방당한 이유가 뭔지 아니? 바로 왕 암살 미수 및 내란 주동이었어. 당연히 그리다니아에서는 이웃한 나라의 정치범과 그들의 가족을 수용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 알라미고가 폭정으로 뒤숭숭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도 않았고.
카느 에 님에게 울다하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네 아빠가 떠올랐다. 그는 너와는 달리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자기 나라의 왕에게 칼을 들이밀었지만, 그게 그 자가 주변사람들을 보지 않고 앞만 봐서 저지른 일은 아니거든.
일단 네 비밀결사대 친구들은 잘 도망친 것 같다. 모르도나에서 붙잡힌 다른 사람들도 얼마 안 가 풀려났다고 하더구나. 네 초코보는 쌍사당 측에서 회수해 왔으니 나중에 필요하면 와서 데려가도록 하렴.

―엄마가.

추신. 모그리에게 옷을 좀 챙겨 보냈으니 알아서 입거라. 이슈가르드는 그리다니아랑 다른 의미로 고리타분한 동네라서 앞가림을 잘해야 해.

 


'Dream > 파이널판타지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FFXIV/썰] 토리 1  (0) 2024.12.14

최근댓글

최근글

skin by © 2024 ttutt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