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첫눈에 반했어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
합작 홈페이지 링크
https://dreamingtangerine0.wixsite.com/1stsight
※원작 18권 154화 이전 즈음입니다.
우리, 처음 만난 게 언제였지?
중학교 3학년 교무실에서였나? 맞아. 우연히 근처 복도를 지나가던 네가 선생님 눈에 띄어서 내 교과서를 들어줬잖아. 사실 그때 네 표정이 너무 딱딱해서 화가 난 줄 알았어. 지금이야 평소 얼굴이 그런 줄 아니까 웃어넘기지만 그때는 팔다리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나 혼자 저 산더미만 한 교과서들을 들고 가야겠다 결심할 정도로 겁먹었는데.
―나도 좀 거들게. 책 무겁잖아.
―괜찮아. 다리 다쳤는데 무리할 것 없다.
힘도 좋지. 친구를 부르거나 두 번에 나눠 가져가도 괜찮았을 텐데 한아름 교과서를 들길래 내가 다 안절부절못해서 계속 말을 걸었어. 계단을 다 올라갔을 즈음에 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거 내가 성가셔서 그런 거지?
교실에 도착해서 빈 사물함에 넣어주는 것도 도와주고. 보기보다 무척 성실하다고 생각했어. 멋대로 무서운 사람이라 오해해서 괜히 미안해가지고 뭐 줄 게 없나 주머니를 뒤졌는데, 마침 아침에 할아버지가 챙겨준 레몬 사탕이 들어있더라고. 그런 거 안 먹을 것처럼 생겨서 줘도 될까 고민했는데, 공치사보다야 체온에 살짝 녹아버린 레몬 사탕이라도 받는 게 낫지. 안 그래?
―고마워. 타케쿠라 군.
자그마한 레몬 사탕을 손바닥에 올려둔 채로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귀여웠다고 하면 놀리는 것처럼 들릴까? 하지만 진짜로 귀여웠다니까. 히루마가 들으면 안경이나 맞추라고 비웃을 테니 속으로만 생각할게.
주말 동안 준결승 경기를 정리하면서 훌쩍거렸더니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 그래도 너랑 같이 등교하려고 일찍부터 준비했어.
그런데 만나자마자 하는 말이라는 게,
“아프면 쉬는 게 낫지 않나?”
1년하고도 반년 만이잖아. 좀 더 감명 깊은 반응을 기대한 내가 너무 뻔했어? 이래서야 내가 유난인 것 같잖아. 일 년 반 동안 축하 케이크를 들고 다닌 쿠리타에 비하면 밤새 울어서 눈이 땡땡 부은 나는 양반이지.
“망할 울보. 그렇게 티 내도 되는 거냐?”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쿠리타랑 같이 네가 앉을 자리를 만들다가 히루마에게 들은 말이야. 티를 낸다니, 꼭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 같잖아. 그래서 난 내가 모르는 깜짝파티라도 있나 싶어 쿠리타를 쳐다봤는데, 걔도 의아한 눈치더라. 복학한 네가 우리 반으로 배정되는 거야 당연한 일일 테니까 비밀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히루마에게 좀 더 설명을 원하는 눈빛을 보냈더니 한심하게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무사시 말이다. 너 그 녀석 좋아하잖냐.”
어머. 그렇게 티가 났던가. 겸연쩍게 눈을 굴리고 있자니 주변에서 더 난리를 피웠어. 언제부터냐, 어느 부분에서 반했냐, 계속 물어보길래 이렇게 된 거 눈 딱 감고 외쳤지.
“처음부터 좋아했어! 그리고 난 겨우 티 낸 적 없거든! 아주 대놓고 좋아했다구!”
그리고 도망쳤지. 아무리 나라도 그런 말을 하고도 교실에 앉아 있을 뻔뻔함까지는 가지기가 어렵더라.
그렇게 종 치면 맞춰서 들어갈 생각으로 복도를 돌아다니는데, 교무실에서 선생님이랑 이야기 중인 네가 보이지 뭐야. 문짝에 달라붙어서 언제 나오나 지켜보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나를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오래. 무사시 네가 쓸 교과서가 양이 많으니 같이 들어주라고 말씀하는데, 어딘가 익숙한 상황 아니니? 너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쳐다봤어. 어딘가 못마땅해 보이는 얼굴도 이젠 어색해서 짓는 얼굴이란 걸 알고 있어.
나는 네가 뭐라 하기 전에 얼른 선수쳐 말했어.
“You’re welcome!”
턱을 치켜올리면서 나름 도도하게 말한 건데, 보기에 썩 괜찮았으면 좋겠네. 힐끔 쳐다본 너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다가, 이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어.
“답례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근처 아무 매점에서나 볼 수 있는 딸기맛 사탕. 손바닥에 올려진 동그란 그 존재를 인식하고 네 작은 중얼거림을 귀에 담은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입을 꾹 다물고 사탕을 노려보았어. 분명 못생긴 얼굴이었겠지만, 입을 열었다간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러버렸을 거야.
나는 짧게 숨을 내뱉고는 너를 쳐다보았어. 그런다고 마음이 진정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날 내가 너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던가 떠올릴 틈은 만들 수 있었지.
“고마워. 무사시.”
내 인사를 들은 너는 입꼬리를 편하게 올린 채 고개를 끄덕여주었어. 처음 우리가 마주 보았던 때와 마냥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네가 나랑 똑같은 기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과분한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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